출처 : micro software vol.377
작성자 : 남혜현 기자(hyun@imaso.co.kr)
■ 레진코믹스는 어떻게 만화로 100억원을 벌었나7가지 비법 대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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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코믹스가 2014년 거둔 매출은 100억원이다. 홀대밥던 만화, 그것도 '공짜'로 여겨지던 웹툰으로 거둔 성과다. 400여종 웹툰을 갖췄고 신인 만화가를 발굴하는 등용문 역할도 한다. 네이버, 다음과 더불어 3대 웹툰서비스 회사로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일명 '19금'이라 불리는 성인 만화가 레진코믹스의 주요 매출로 알려졌었는데 최근엔 10대가 봐도 무리 없는 스포츠, 학원, 순정물로도 손님을 끈다. 레진코믹스가 100억원 매출을 발표한 직후 서울 신사동 레진코믹스 사옥을 찾았다. 주택을 개조한 아기자기한 사옥에서 권정혁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이성업 사업총괄을 만나 레진코믹스의 성장을 이끈 비법을 들었다. |
#비법01. 공격적인 편집자 채용
"최고의 마케팅은 콘텐츠다. '레진코믹스를 보세요'라고 광고해봤자 핵심 콘텐츠가 없다면 무의미하다."
만화 잡지가 인기였던 시절, 편집자의 역할은 대단했다. 독자 반응을 살펴 만화 등장 인물과 줄거리에 대해 작가와 소통하고 도려하는 것도 편집자의 몫이었다. 레진코믹스는 일인 창작 중심 시스템과 달리 잡지 편집자의 역할을 중요하게 봤다. 편지바 '님'을 공격적으로 채용했다. 현재 6명의 편집자가 레진코믹스에서 일한다. 학산, 애니북스 같은 전통 만화 잡지에서 일해 본 경력직을 모셔왔다. 작가와 편집자의 상호소통으로 콘텐츠 질을 좋게 유지한느 것이 최고의 마케팅 방법이라는 것이 이성업 총괄 이사가 설명한 비법이다. 이 이사는 "우리의 꿈은 스포차 만화 편집자, 판타지 전문 편집자, 영화화를 위한 편집자 등 여러 명이 각자의 영역을 갖고 전문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법02. 쉬운 결재
"만화를 보다가 결제하려고 페이지를 벗어나야 한다면, 그 과정이 복잡하다면 중간에 이용자가 떨어져나가 버린다. 이용 그래프를 보면 결제가 이상하거나 갑자기 액티브 엑스 같은 걸 깔아야 할 때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는 걸 알 수 있다. 그걸 계속 개선했다."
레진코믹스는 iOS나 안드로이드에 상관없이 만화 앱 안에서 곧바로 코인 결제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앱 안에서 결제를 하면 30%의 수수료를 떼가는 것 때문에 다수 콘텐츠 앱이 결제는 별도 웹페이지에서 하도록 한 것과 다른 선택이다. 권정혁 CTO는 "유통 마진을 줄이거나 플랫폼 운영비용을 최대한 깎아서 앱 내 결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사용자 편의가 중요하다가 봤기 떄문"이라고 강조했다.
재밌는 점은 최근들어 아이폰에서 코인 결제를 하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화면이 커진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가 나온 이후 이전보다 iOS 매출이 두 배 가량 늘었다. 지문만 갖다대면 손쉽게 돈을 지불하는 결제 방식이 매출 증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예측했다.
#비법03. 작가 관리
"100억 원 매출로 주목 받는 것도 좋지만 웹툰 서비스 매출이 이정도면 작가들은 얼마나 벌었을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권 CTO와 이 이사가 함께 강조한 비법이다. 창작자의 삶의 질이 높아져야 만화에 더 신경을 쓰는 법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만화 그릴 시간이 줄어들고, 그만큼 재미가 떨어져 독자가 이탈한다면 레진코믹스에도 타격이 크다. 때문에 레진코믹스는 인지도 없는 신인작가라도 떡잎이 푸르다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고정고료를 제공한다. 당장 이 만화로 승부를 보겠다는 게 아니라, 첫번째 만화를 훌륭히 마치고 계속해 성장해나가라는 투자다. 작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고정 고료가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권CTO는 귀띔했다. 이 외에 공이 많이 들어가는 작품, 또는 여러 사정으로 주 1회 연재하기가 어려운 작가를 위해 열흘, 격주 연재를 가능하게 한 것도 만화에 집중할 시간을 확보했다는 관점에서 다양한 작가에게 환영받았다는 것이 이성업 이사의 설명이다.
▲ 레진코믹스 모바일 앱 초기화면 결제 프로세스
#비법04.추천 시스템
"데이터가 쌓이면 추천이 점점 정확해진다. 보통 보던 만화만 보는 경우가 많은데, 추천을 통해 새로운 걸 볼 수 있게 만든다."
추천 시스템을 통해 선택한 만화가 100% 취향에 맞기는 어렵다. 그 중 몇 번만 괜찮은 만화를 건져도 성고이다. 추천 만화를 눌러봤는데 자신의 취향이라면, 그 다음 추천 만화를 또 클릭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개별 이용자가 구독하는 만화 가짓수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비법05. 보기 편한 뷰어
"액티브X를 깔고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아니면 웹툰을 못보게 한다고 해서 100% 보안이 되나? 어차피 캡처할 마음이라면 어떤 방법을 써도 그렇게 할 거다. 그렇다면 사용자 불편 최소화가 중요한것 아닌가?"
권정혁 CTO에 따르면 웹툰 불법복제를 막는 최고의 방법은 사용자를 가능한 편하게 만들어 주는 거다. 유료 결제를 한 콘텐츠의 질이 안좋거나 뷰어가 불편하면 사용자는 떠난다. 어디서나 편하게 볼 수 있는 뷰어를 제공하고 결제를 쉽게 만들면 굳이 이용자가 어둠의 경로를 찾지 않게 된다. 레지코믹스는 이용자가 보던 웹툰 페이지 기록을 단말기마다 연동, 끊김 없는 콘텐츠 감상 경험을 제공했다. 특정 브라우저에서만 작동하는 방식을 버렸기에 가능한 방식이었다.
▲ 권정혁 CTO와 이성업 이사가 레진코믹스 마스코티은
강아지 캐릭터와 유사한 인형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 인형은 어느 작가가 레진코믹스에 선물한 것.
#비법06. HD급 해상도
"출판사가 갖고 있는 디지털 파일 해상도가 700픽셀이라면 연재하지 않는다. 인기 만화더라도 과감하게 포기한다."
웹툰과 함께 레진코믹스를 떠받치는 한 축은 출판만화의 디지털본이다. 출판만화는 한 화면에 여러컷이 나오기 때문에 해상도가 매우 중요하다. 픽셀이 적으면 글자가 깨져 보여 가독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레진코믹스는 2560 픽셀의 27인치 모니터에서 두 장을 붙여 나란히 보면 화질이 깨지지 않게 꽉 채워 볼 수 있는 정도의 해상도 콘텐츠를 제공한다. 권 CTO에 따르면 '거의 풀HD급'이다. 대여 모델 없이 소장용으로만 판매하는 데도 매출이 늘어난 건 이 같은 콘텐츠 질의 유지가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란 게 이들의 분석이다.
#비법07. 근검절약
"작가에 고료를 보장하고 플랫폼 수수료를 다 떼어주는데도 어떻게 이윤을 남기냐고 묻는아. 아마 레진코믹스가 클라우드 웹툰 서비스 중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될 거다. 처음 시스템을 설계할 때부터 이걸 염두에 두고 들어갔다."
권정혁 CTO는 - 적어도 그의 설명에 따른다면 - 시스템 운영에 있어서 매우 짠돌이다. 구글 웹엔진을 쓰면서 매우 저렴하게 LG유플러스 콘텐츠딜리버리네트워크(CDN)를 쓴다. 웹툰 사이트는 트래픽 비용이 제일 많이 드는데, 신생 스타트업이 배포 크게 6개 업체에 입찰을 붙였고,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우리 트래픽 커질거다, 최저가로 우리가 원하는 스펙을 맞춰주는 곳과 일하겠다고 말했다. 그게 엄청난 트래픽 비용을 감소시켜줬다. 기술혁신으로 비용을 줄여 사무실 운영을 해 나가는 거다."
권CTO는 레진코믹스가 인프라 매니저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트래픽에 즉각 대응하는 데는 웹엔진을 파스(Pass, Platform as a service)로 이용한다. 별도 매니저 없이 개발자가 직접 운영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었다. 레진코믹스는 구글코리아가 선정한 웹엔진 최고 사용 사례로 뽑히기도 했다.